지역소식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김미경 총무]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김미경 총무]

by 안양교차로 2019.04.23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곳 중 하나는 기부와 봉사로 운영되던 복지시설 등이다. 반대로 경기가 어려워져도 카페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김미경 총무는 ‘커피 한 잔을 덜 마시고 다른 이들을 돕는다면 그 기쁨이 더 클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녀 역시도 그렇게 봉사와 기부를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김미경 총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김미경 총무
지역의 이웃들을 스스로 돕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의 복지문제를 지역에서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모인 자발적인 봉사단체이다. 다만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동주민센터와 연계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발굴하기도 한다.
기존의 주민센터가 공공의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주민센터에서 돕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그 빈틈을 채우는 셈이다. 독거 노인분들을 위해 김치를 담그고, 명절에는 전을 부쳐서 전달해드린다. 이번 달에는 다함께 한국 민속촌으로 효도관광을 갈 계획이다.
김미경 총무가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마을문고 도서관에서 7~8년간 자원봉사를 하면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인원이 더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하는 일은 미미했을 때였고, 일 년에 한두 번 교육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4년 전부터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활동 범위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더 많은 회원을 모집하고, 더 많은 일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총무를 맡게 되었다.
이렇게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봉사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기부금 요청이다.
“‘요즘에는 세금을 많이 걷는데, 대체 그 돈으로 무엇을 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세금으로 도울 수 있는 분들은 한정적이고, 생각보다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아요. 다행히 우리 동네는 아직은 많은 기부금을 필요로 할 정도는 아니어서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으고, 행정팀장님께서 시나 단체에 요청해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이웃들
그녀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자주 만나기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 잘 알고 있다.
“제일 가슴 아팠던 경우가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치과 갈 비용이 없어서 끙끙 앓으실 때였어요. 요즘에는 복지정책도 좋아져서 치과 비용도 비교적 많이 내렸잖아요. 그런데도 어느 정도 자신의 비용은 내야 하니까요. 이가 다 빠지셔도 치과를 가지 못하시더라고요.”
그 밖에도 교도소 출소 후에 식구들도 외면하고, 갈 곳이 없어진 출소자, 혹은 노숙자, 독거 어르신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은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곤 한다. 성인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있는 희망터 사회적협동조합의 일에 자주 나서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김미경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와서 굉장히 많이 도와주세요. 저희가 바자회에서 떡볶이나 부침개, 어묵 등을 판매하는데, 그때마다 오셔서 요리해주시고, 과일청이나 빵 주문이 많이 들어왔을 때도 오셔서 도와주시죠.”
양희순 이사장은 김미경 총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지만, 김미경 총무는 오히려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대답한다.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기쁘고, 행복해요. 이제 아이들도 다 키웠고,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우울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봉사를 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지죠.”
문화를 즐기고, 자기 계발을 하는 비용의 아주 일부만이라도
그녀가 처음 봉사를 시작한 곳은 가야복지관이었다. 지인을 따라 시작한 무료급식 봉사는 10년간 매달에 두 번씩 이어졌지만, 퇴행성관절염 때문에 육체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는 봉사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봉사를 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꽤 다양한 봉사에 나서 본 경험이 있는 김미경 총무는 자신이 원하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든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센터를 추천한다. 물론 이때에는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요즘에는 나이가 많든, 적든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는 인색한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해 쓰는 비용 중 아주 일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써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집에 저금통을 하나 두었다. 만약에 길에서 돈을 주우면 그 통에 넣었다. 만약 지우개 등 다른 사람이 버린 물건을 주우면 그 금액만큼은 저금통에 넣고, 지우개를 쓰도록 아이들을 교육했다.
“이렇게 모은 돈이 일 년이면 10여만 원 되더라고요. 요즘에야 청소도 워낙 잘 되어 있고, 사람들이 길거리에 버리는 경우가 없다보니 이런 방법으로 기부하기는 힘들어졌죠. 하지만 한 달 수입의 몇 %정도는 기부하면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취재 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