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식

고래와 새의 뱃속을 채운 쓰레기

고래와 새의 뱃속을 채운 쓰레기

by 한희철 목사 2018.05.16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주어 ‘바다’라 부른다지만, 바다로 흘러드는 쓰레기를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한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태평양 하와이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사이에 위치한 거대 쓰레기 섬에는 8만7000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모여 있다고 합니다. 거대한 쓰레기 섬은 바람과 해류의 영향으로 북미와 중남미와 아시아 등에서 흘러온 쓰레기가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프랑스 면적의 3배에 해당한다고 하니 그 크기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5조 개이며, 해마다 수백만 톤의 쓰레기들이 추가로 버려집니다. 바다에 버려지는 온갖 쓰레기들은 고래와 같은 거대 생물 뿐만 아니라 새, 물고기, 바다거북, 갑각류 등 모든 해양생물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2월 말경 스페인 동남부에 있는 해변에 몸길이 10m짜리 어린 수컷 향유고래가 사체로 떠밀려왔습니다. 안타깝게도 향유고래는 비쩍 마른 사체로 발견이 됐습니다. 야생생물 구조 센터의 연구원들은 고래가 왜 죽었는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했는데, 고래의 뱃속에서는 충격적인 것이 발견됐습니다. 무려 29kg의 플라스틱과 비닐 등 쓰레기가 잔뜩 들어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고래의 뱃속은 플라스틱 무더기와 수십 개의 비닐봉지, 밧줄 덩어리, 유리, 바구니나 매트 등을 만드는 데 쓰는 야자 섬유 등이 가득했습니다. 고래가 다량의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삼킨 뒤 이를 배출하지 못했고, 이것이 소화기에 영향을 줘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연구원들은 분석을 했습니다.
최근 북태평양 하와이 인근에 위치한 미드웨이 섬에서 촬영한 대형 조류 알바트로스 사진이 공개되었습니다.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영화제작자인 조단이 찍은 것입니다. 주로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알바트로스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조류에 속합니다. 비행이 가능한 새 중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하는데, 날개를 편 길이가 3~4m에 이르며 최장 80년까지 산다고 합니다. 사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죽은 채 뼈만 남은 알바트로스의 모습이 담겼는데, 알바트로스의 배에는 일회용 라이터와 병뚜껑 등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2009년 미드웨이 섬을 처음 방문한 뒤 94일간 섬에 머물며 그곳의 황폐함을 담아온 조단은 영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물질은 영원하지만, 사람들은 단 한 번만 사용한 후에 버린다.”며 플라스틱 쓰레기가 야기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깊은 바다에 사는 고래와 가장 높이 하늘을 나는 새가 뱃속에 쓰레기가 가득한 채 죽었다는 것은 인간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명한 예시라 여겨집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쓰레기에 대해 뼈아픈 반성과 분명한 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결국은 인간도 쓰레기 속에서 질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