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식

모바일 사랑

모바일 사랑

by 김민정 박사 2018.05.14

손쉽게 누를 수 있는 액정화면 속에서만
널 보고, 널 만나고, 접속하는 이 밀실
바람은 뼈가 없어도 그리움을 꺾는다

불꽃 튀는 접속으로 또 가볍게 헤어지고
내 몸 가득 흐르는 쓸쓸한 피돌기여
배터리 용량만큼은 저 초록도 싱그럽다
- 졸시, 「모바일 사랑」 전문

요즘은 누구나 손전화를 많이 쓴다. IT 강국답게 전철에서도 거의 모두가 손전화를 쓰고 있다. 전화통화, 연속극이나 영화, 야구경기, 농구경기, 바둑경기, 오락게임까지 저마다 개인적으로 놀기 바쁘다. 옆 사람이 누군지 관심도 없고 쳐다보지도 않고 저마다의 손전화에 매진한다. 쉽게 카카오스토리, 카톡방 등을 만들어 쓰면서, 쓸데없는 카톡도 많아, 동영상 사진 등 용량 큰 것들을 지우느라 시간도 소비하고, 몰라도 될 일까지 일일이 알게 되어 괜히 바빠진다. 또 손전화를 안 쓰면 현대사회에서 낙후된 사람처럼 취급당하기도 한다. 단체 카톡에선 다른 사람 다 댓글 다는데 나만 안 달면 미안하기도 하고, 나만 소외되는 것 같아 ‘나도, 나도’ 하면서 달다가 보면 쓸데없이 정말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용량이 많은 동영상, 사진 등은 서로의 시간을 뺏는 역기능을 한다고 판단되면 보내지 않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요즘은 참 편한 시대이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하던 손전화가 생겨 우리는 길을 가면서도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길을 가면서도 연속극을 볼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곧바로 인터넷을 뒤져 궁금증을 해결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편리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1년 후, 2년 후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 얼마나 빨리 변할지 모르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랑의 형태도 참 많이 바뀌어 간다. 예전에는 애인에게 전화 한 번 하려면 식구들이 들을까봐 집에서 하지도 못하고 공중전화에 가서 동전이 없으면 일부러 바꾸어 가지고 힘들게 동전을 넣고, 신호음이 닿아 상대방이 받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상대방의 집에서 전화 받는 상대가 불편해 할까봐 소리도 죽여 가며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끊는 수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길을 가다가도 생각나면 쉽게 통화하고, 얼굴이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도 하고, 수시로 카톡으로 메시지로 자신의 소식과 감정을 전할 수도 있다. 이모티콘이나 인사카드로 쉽게 애정고백도 할 수 있어, 수시로 고백도 할 수 있다. 사랑한다는 말도 참 흔하게 쓰인다. 남이 만들어 놓은 사진 등을 다운받아 쓰기도 하고, 이모티콘을 사용하게도 되면서, 평소에는 쑥스러워 잘 쓰지 않던 ‘사랑해요’등의 표현을 연인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도 많이 쓰고 있다. 그 말이 이성 간의 사랑만을 뜻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책임감 없이 함부로 쓰는 것 같아 무책임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 그런 말을 많이 씀으로써 삭막해져가는 사회를 순화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현대인의 모바일 사랑이다. 모든 것은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 편리한 손전화, 적당한 예의를 지키며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발전시키면 우리들의 삶은 더욱 빛나고 즐거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