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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봄방학 득인가 실인가

사라진 봄방학 득인가 실인가

by 이규섭 시인 2020.02.14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의 봄방학이 사라졌다. 지난 1월 7일 종업식을 마친 뒤 긴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내달 2일 개학과 동시에 2학년 수업이 시작된다. 담임 선생님이 바뀌고 새로운 친구와 만난다. 어정쩡하게 낀 2월의 학사 일정이 획기적으로 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복병으로 신경이 곤두선 요즘, 봄방학과 겨울방학을 통폐합한 학교들은 한시름 덜었다. 봄방학을 하는 집 부근 초등학교 학생들은 겨울방학이 끝나자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다. 일부 학교는 개학을 미루거나 휴업을 했다.
국민학교 시절 봄방학은 춘삼월(春三月)이었다. 3월 신학기제가 도입된 1961년부터 2월 말 봄방학으로 바뀌어 60년 가까이 이어졌다. 12월 하순에 겨울방학을 시작하여 2월 초반 1∼2주에 대부분 개학한다. 등교해도 진도는 마쳤고 시험도 끝나 붕 뜬 상태로 시간 때우기 일쑤다. 2월 3∼4주 무렵 봄방학에 들어간다. 겨울방학 끝자락에 걸친 부속 방학 같은 방학이다. 봄방학 무용론이 고개를 든 배경이다.
2015년 교육부의 ‘학사운영 다양화·내실화 추진 계획’이 발표되면서 봄방학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았다. 방학 일정을 학교장 재량에 맡기면서 제시된 모델 가운데 하나가 겨울방학에 봄방학을 합쳐 길게 두 달 동안 하는 대신 2월 수업을 아예 하지 않거나 종업식과 졸업식만 하는 안이다. 몇 년 새 이 안을 도입한 학교가 늘었다. 방학 풍경을 대부분 바꾼 지역은 손자가 다니는 학교가 속한 경기도다. 경기도교육청 관내 초등학교 91%, 중학교 82%, 고등학교 60%가 2월 봄방학을 없앴다.
‘봄방학’이란 말이 아예 사라진 지자체는 세종시다. 초·중·고 90곳 중 3곳만 제외한 97%가 올 1월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하고 학사 일정을 마무리했다. 충북과 강원지역도 동참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봄방학을 고수하는 학교가 많다.
고등학교는 봄방학을 유지하는 학교 비중이 높은 편이다. 1월에 학사 일정을 마무리하려면 12월 말에 생활기록부 작성을 완료해야 하는 데 시간이 촉박해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정시를 치르는 고3 학생의 경우 입시가 완료되기 전 졸업하는 경우도 생긴다. 정시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1월에 졸업해 버리면 입시 상담을 누구와 해야 할지 애매하고 난감하다.
3월 개학과 동시에 새 학년이 시작되면 공부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 좋지만, 방학이 시작되는 1월까지 12월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종업식 이후 교과서 배부 등 방학 중에 등교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봄방학이 없어지면 겨울방학 숙제를 내는 선생님은 있어도 검사할 선생님은 없으니 숙제를 제대로 할 리 없다. 학부모 입장에선 “숙제 왜 안 하느냐”고 다그치고 채근하기 어렵다.
학생들은 방학이 길어지면서 어학연수 등 방학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교사들은 신학기를 준비할 여유가 생긴다. 학교는 소음과 먼지가 발생하는 각종 공사를 편하게 할 수 있어 좋다. 맞벌이 학부모는 아이들의 길어진 방학 관리가 신경 쓰인다.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